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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혼합의 갈망 (상)

감성미디어/일상다반사 | 2009.01.23 03:32 |


[단편소설] 혼합의 갈망 (상)


#1. 운명

그는 자신의 아래를 본다. 더운 김이 나고 있다. 하얗고 투명하다. 온갖 빛은 그를 때린다. 그는 더운 김에 서려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는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 소리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이건가. 이건가. 이것이 나인가."

그는 공포에 질린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찾았다.
아니다! 그의 눈은 희뿌연하다. 보이지 않는다.
그의 몸은 흠뻑 젖었다.

순식간에,
순식간에 그의 머릿 속에 그동안의 일들이 스쳐지나갔다.
마치, 사람이 죽을 때 그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듯이...

그렇게 그는 자기 자신을 회상했다.

#2. 어둠

어두운 방. 그는 잠에서 깼다.
차갑다.
그는 자신이 차갑다고 느꼈다.
일어나기 힘들다.
전신은 마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머리도 눈도 팔도 다리도 입도 귀도 목도 허리도 느낄 수 없었다.
단지 어두운 방 안에 누워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라고 그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누워있을 뿐이었다.
건조한 공기가 가득했다.
그는 가만히 누워있었기에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단지 알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몸이 좀 딱딱하고 뻣뻣하다는 것 정도였다. 그리고 차갑다는 것.
컴컴하고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 공허한 그 곳에서
그는 작게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 목소리는 가늘고 마치 종이가 바스락 대는 것 같이 건조해서 그가 누워있는 방 안에 울려퍼지긴 커녕 자신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눈에 펼쳐지는 온갖 어두컴컴한 공간 속에서 '나는 무엇이지..'라고 그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그의 머릿 속은 멍했다.
갓 태어난 어린아이와 같이 그는 그 어둠 안에서 시작을 맞았다.
그는 어둠을 가만히 응시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아무런 목소리의 울림도 없었다.
그는 어둠 그 자체였다. 그는 어둠 전부였다.
그 자신과 세상은 온통 어둠이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어둠이 되었고 세상은 어둡기만 했기에..
때문에 그는 어둠처럼 단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가만히 있을 생각이었다.

그녀만 아니었으면....

그가 누군가의 부시럭대는 소리를 들은 것은 그가 어둠에 익숙해져 녹아든 그 한참 후의 일이었다.
때문에 적잖게 놀라고 말았다.

#3. 소리

그는 깜짝 놀랐다.
당연한 것이 그 어두운 그 곳에서는 자신밖에 없을 것이라 믿었었기 때문이었고, 또 세상에 있는 것이 어두움뿐이라고 느꼈기에 그러했다.
부시럭대는 소리는 아주 가까운데에서 들렸다.
그는 자신이 아닌 것이 내는 소리를 처음 듣는 것 같았다.
사실 그는 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랜 잠을 자고 있던 그는 그것을 잊어버렸다.
부시럭대는 소리와 함께 옅고 가늘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그는 움직이지도 않았던 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공포를 느꼈다.
그리고 불쾌감을 느꼈다.
부시럭 소리가 들리기 전에 자신은 세상 그 자체였고, 따라서 세상은 모두 그의 것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부시럭대는 존재도 그의 옆에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그는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정복의 상실을 느꼈고, 그것은 적잖은 실망감과 함께 속았다는 모욕감을 안겨 주었다.
그는 동요를 느꼈고, 그는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심장이 오그라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자신이 혼자 있다고 믿었던 어둠 속에서 갑자기 느낀 누군가의 존재. 그것도 바로 자신의 근처에서 존재의 증명은 나타나고 있었다.
그는 자기 공간이 침투된 것에, 그것도 자신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가 자신의 어둠에 숨어들었다는 것에 공포를 느꼈다.

그는 무서웠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가만히 누워있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차츰 작아지더니 결국 들리지 않았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또 알고 있었다.

'소리를 내고 있는 그것은 바로 내 곁에 있다. 아직도..'

그는 처음처럼 누워서 그 존재를 느껴보려고 했다.
공간을 채우고 있는 공기를 통해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그는 알 수 없었다.

'왜 그 동안 다른 무엇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그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궁금증은 마구마구 부풀어대기 시작했다.
그는 결국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말했다.

"누구야. 거기 있는 이는...."

처음으로 그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자신의 소리에 깜짝 놀란 그는, 처음 나온 큰 소리와는 달리 마지막에 '이는..'이라고 말할 때는 자신도 듣기 힘들정도로 작게, 거의 숨소리 비슷하게 내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머릿 속이 어지러워지고 가슴은 졸아만 갔다.
무언가가 자기를 덥치지 않을까 불안감이 확 엄습했다.

그는 처음으로 어둠이 싫었다.
그리고 차츰 공포에서 벗어날 즈음에야 겨우 그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앗, 여기는?..어디지..나는..나는... "

그렇게 그녀는 말을 꺼냈다.

#4. 침묵

목소리는 가늘었다. 그는 그녀의 존재를 확인했다.
더듬더듬 그녀를 만지려 했지만,
어둠은 그것을 저지했다.

"당신은 누구요."라고 그가 물었다.

"나요? 글쎄요...이곳은 정말 어둡군요.." 그녀가 작게 소리내어 말했다.

분명 그들은 가까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아아..정말 그래..미치도록 어둡군...나도 모르겠군..대체 여긴 어디지..이렇게 어두워서야.."

그의 머릿 속은 눈 앞에 펼쳐진 어둠처럼 새까맣게 칠해져 갔다.
그도 그녀도, 자신이 누군지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둘은 많은 대화를 했지만
결말은 알 수 없다는 것이어서 결국 지쳐 침묵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은 또 흘렀다.
그는 멍해져 있다가 깼다. 사실 자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워낙 어둠뿐이라 머릿 속도 멍해서 구별조차 되지 않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적막함도 참을 수가 없어서
그는 그녀에게 또 말을 걸었다.

" 이 곳은 정말 조용하군. 그리고 정말 어둡군요. "

" 네, 그래요."

그녀는 대답했지만, 그는 다음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그는 또 다시 침묵했다.
그녀도 침묵했다.
한참 후 그는 다시 말했다.

"나는 어두운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난 밝았던 걸 언제 봤는지도 기억에 나지 않는걸요."

"..나도 그렇군..대체 여긴 어디지. "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역시 암흑천지인지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앗다.

"이리 가까이 올래요? 심심하군요."

그는 그녀를 불렀다.
그녀는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누군지 모르는데.. 미안해요. 그냥 이곳에 있겠어요. "

"언제부터 여기에 계속 있었는지 모르겠군. 이런,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그냥 무엇인가가 내 안에서 섞여 있는 것 같은데..알 수가 없단말야..."

"그렇군요.."

그녀는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침묵했다. 그녀 역시 자신이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어둠 안에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나는, 분명 많은 경험을 했어요. 글쎄.. 나는 넓은 들판에도 있었고, 산에도 있었어요. 그런데 알 수가 없군요..분명 그 모든게 내가 아닌데..바다에도 있었어요. 하지만..그 모든 경험이 진실인지 알 수 없군."

그는 흥분하며 말했다.

"그럼 하나하나 말해주지 않겠어? 나는 너무 이곳이 지루한데.."

그녀는 머리를 찌뿌렸다. 각기 다른 광경들이 눈 앞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리고 그것들은 복잡하게 얽혀버렸다.

"몰라요. 미안해요. 머리가 아프군요."

그는 재차 졸랐다. 그래서 그녀는 결국 신경질을 부렸고, 그래서 그들은 침묵했다.
그렇게 그들은 어둠 안으로 잠식되어 갔다.
그리고 시간을 흘렀고, 남자는 다시 참을 수 없었다.


호련의 창작소설입니다.
총 8토막으로 이루어진 <혼합의 갈망> (상)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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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31 11: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replica watches 2013.06.28 16: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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